뭘 먹을까? 봄엔 봄나물이지 하며 입맛을 돋굴 집들을 찾다가 자포자기겸 비빔밥으로 마음을 정했다. 그래도 나물을 조금이나마 먹을 수 있는 대안이기도 하니 이렇게 메뉴를 정하고 근처 한식집들을 찾았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저가형 분식집을 빼고는 비빔밥을 하는 곳이 없었다. 저가형 분식점은 가볍게 한 끼를 채울 때외엔 가본적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내 경우엔 가격을 맞추기 위해 재료가 빠지고 수공이 덜 들어간 음식들은 이상하게도 허기를 간단히 채울 뿐, 마음까지 채워지진 않았다.
친구들 중 최근에 요리를 하는 친구들이 좀 생겼는데 그 친구들처럼 ‘나도 요리를 해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막상 사들이는 것들을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하다. 가격도, 수공도 이 모든 게 다 비용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빚어지니 고민이 깊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물이 먹고싶어 가게에 가서 비빔밥 6500원을 지불했다. 찬 밥. 네다섯가닥 든 시금치, 양파 조금, 콩나물 조금, 달걀2개프라이, 간고기볶음 조금. 나는 대단히 실망했다. 콩나물과 시금치를 먹기 위해 비빔밥을 먹어야하는 상황인 것. 밥은 비빔밥용이라기보단 김밥을 싸기 편하기 위해 식혀둔 꼬두밥이었고 나에게 주어진 것은 새빨간 초고추장뿐이었다. 하다못해 참기름st한것만이라도 있었다면 조금 나았을까. 그러기엔 단가가 너무도 안맞겠지 라는 생각이 미치자 그렇게도 서러울수가 없었다.
얼마 안되지만 입안에서 겉도는 콩나물과 밥알갱이는 그런 나를 더 슬프게 했다. 날씨가 너무 좋은데 이래도 되는거야? 싶은 마음과 함께.
건너편에서 이런 얘기를 들으니 더 서럽다.
‘입맛이 더 까다로워진 것 같네. S님은. ‘
네. 이익을 내야하니 어쩔 수 없다지만, 이 빈 가슴 누가 채워주리. 결국 찾는 것은 애꿎은 아이스아메리카노 한잔이다.
이번 주말엔 꼭 숭늉까지 함께 파는 돌솥집에서 밥 한끼 둔둔하게 먹으리.